취업을 준비 중이라면 면접용 정장을 한 벌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극심한 취업난에 채용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은 데다, 갑자기 면접 일정이 잡힐 때도 많다. 장만 비용도 적지 않다. 국내 한 취업플랫폼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 금액은 48만원이나 됐다. 이중 대부분은 면접 복장 마련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에게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서울시 ‘취업날개 서비스’에 이용자가 몰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3일 서울시 발표를 보면, 지난해에만 총 3만9547명이 취업날개를 이용했다. 전년(3만1390명)보다 26% 늘어난 수치로, 서비스 도입 첫해인 2016년(432명)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6년간 누적 이용자 수는 16만명이 넘는다.
취업날개는 고교 졸업 예정자부터 만 39세 이하 서울시 거주 청년이면 누구나 정장과 넥타이·벨트·구두 등을 3박4일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연간 최대 10회 이용할 수 있다.
무료로 빌릴 수 있다고 해서 정장의 질이나 디자인 등이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취업날개 서비스 지점 중 한 곳인 ‘열린옷장’(건대점)의 김소령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장은 핏이 중요하다”며 “취업준비생 중에는 정장을 처음 입어보거나 어떤 사이즈를 입어야 맵시가 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면접 보는 기업과 직종은 물론 규정 등을 확인한 뒤 본인이 원하는 색과 스타일을 듣고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바지 길이도 체형과 취향에 맞게 길이를 늘이거나 줄여 ‘맞춤정장’처럼 대여한다.
취업날개 서비스 운영업체들은 트렌드에 따라 대여 정장을 업그레이드한다. ‘체인지레이디’(왕십리점) 방윤정 대표는 “예전에는 남녀 상관없이 블랙 정장이면 됐지만 요즘은 남성의 경우 네이비와 그레이를 소화하고 넥타이도 버건디 색상이나 도트 무늬를 찾는다”며 “여성의 경우에는 원피스나 플레어 스커트를 입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로 기업들의 면접 규정도 자유복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뀌고 있다. 방 대표는 “베이지 면바지와 스니커즈 신발 등도 많이 찾아 올해는 캐주얼 정장을 대거 구비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옷을 반납할 때나 최종 합격 후 일부러 찾아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방 대표는 “샌드위치와 떡볶이 등 간식거리를 사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학생들도 좋아하지만 함께 온 부모님들이 ‘(취업날개 서비스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하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소령 대표는 “열린옷장에서 대여하는 정장은 기증받은 옷들인데 기증자가 대여자에게 쓴 응원메시지도 함께 전달된다”며 “이를 본 대여자들은 정장을 반납하면서 자신도 취업하면 후배들에게 꼭 이런 나눔을 하고 싶다고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열린옷장(건대점)과 체인지레이디(왕십리점) 등 7곳인 취업날개 서비스 이용 지점을 올해 10곳으로 늘린다. 새로 추가된 곳을은 도심권(충정로), 강남권(청담), 대학가(홍대)로 취업준비생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높였다.
정장을 빌리기 위해서는 서울일자리포털(job.seoul.go.kr)에서 대여업체를 선택해 방문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처음 이용할 때는 치수 측정 등을 위해 대여업체를 직접 방문해야 하며 이후에는 온라인 신청 후 택배로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취업준비생에게 면접 정장은 자신감”이라며 “잘 맞는 멋진 정장을 입었을 때 자신도 모르는 멋진 모습을 보게 되면 자신있게 면접에 임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옷, 본인이 자신있어 할 수 있는 잘 맞는 정장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우 서울시 경제일자리기획관은 “얼어붙은 취업시장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취업날개가 경제적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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