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야구부에서 선수로 뛴 경험이 없다. 독학으로 야구를 배웠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훈련하며 실력을 쌓았다. 고교 1학년 시절 인근 고등학교 야구부를 찾아가 입단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지만, 기존 선수들의 훈련량을 따라가기 힘들 거라며 거절당했다.
스물한 살에 입대했고, 제대한 다음에는 독립리그 팀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하게 된다. 파주 챌린저스 소속으로 상대했던 SK 2.5군 선수들과의 연습 경기에서 찍은 최고 구속이 144㎞. 이후 몇몇 프로팀으로부터 입단 문의를 받았지만, 비선수 출신이란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서 뛰었고, 투수 코치인 김무영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2018년 8월 20일, 한선태는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19 신인 드래프트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KBO 이사회의 규약 개정으로 비선수 출신도 프로에 입단할 수 있는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KBO는 드래프트 참가 대상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 6년간 등록된 선수로 제한했다. ‘엘리트’라 불리는 전문 선수로 6년 이상 뛰어야 신인 지명 대상이 된다는 규약이었다. 한선태는 2017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프로에 입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청원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KBO에 한선태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을 권고했고, KBO는 이사회를 통해 2018년 비 엘리트 출신도 프로 무대에 도전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하기에 이른다.
‘동호인 선수’ 한선태는 마침내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9 KBO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95번째 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는다. KBO 역사상 최초의 비(非) 선수 출신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2021년 9월 13일 롯데 자이언츠는 2022 KBO 2차 신인드래프트 지명에서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검정고시 출신인 17세 김서진을 호명했다. 2019년 LG에 입단한 한선태에 이어 비선출로는 두 번째, 비선출 야수로는 최초의 프로 지명이 된 주인공이다.
김서진은 리틀야구 팀에서 뛴 3년을 제외하곤 초·중·고교 야구부 경력이 없다. 한선태는 고교 졸업 후 사회인 야구와 독립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했지만 김서진은 야구선수로 공식 경기에서 실전 경험을 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공부도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해 또래보다 일찍 고교 과정을 마쳤다.
김서진은 2020년 독립리그 팀인 ‘빠따형 야구단’에 합류했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훈련만 소화했다고 한다. 그가 야구를 배운 건 야구 이론서와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타격 폼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타격 이론은 책을 통해 습득해 나간 셈이다.
그랬던 그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준 팀이 롯데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서진이 운동 신경과 힘이 좋고 순발력이 뛰어난 터라 체계적으로 육성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김서진을 지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동년배에 비해 신체 능력이 뛰어난 터라 앞으로 잘 다듬으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엘리트 출신의 선수만이 아니라 비선출 출신의 특이한 이력의 선수가 성공한다면 야구팬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안겨줄 수 있을 거란 판단도 한몫했을 것이다.
다시 한선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한선태는 LG 지명을 받은 직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군 마운드에 서 보는 게 꿈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LG 2군에서 착실하게 야구 수업을 받으며 몸을 만들던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19년 6월 25일 1군 선수로 이름을 올린 후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한선태는 긴장할 때마다 모자를 벗어 챙 안쪽에 쓴 ‘하면 된다’는 글귀를 확인하며 1이닝 무실점으로 감격적인 데뷔를 치렀다. KBO리그 최초 비선출 출신의 프로 데뷔전은 야구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선태의 데뷔전을 지켜본 일반 팬들은 남녀노소 모두 ‘하면 된다’가 ‘할 수 있다’로 변화를 이뤘다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한선태는 올시즌 퓨처스리그 23경기에 출전해 3승 1패 4홀드를 기록했다. 시즌 후반부에 담 증세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천천히 자신의 야구를, 야구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롯데 김서진의 내년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야구를 책과 동영상으로 배운 그가 교육리그를 거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어떤 선수로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
출처 :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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