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한 대구에서 유명한 비행 청소년이었습니다.”
여덟 번 도전한 끝에 36세에 ‘늦깎이’로 경찰관이 된 대구 서부경찰서 김진호(53) 경위는 11일 열린 경찰청 제25차 소통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경위는 이날 경찰청 주요 정책을 발표·토론하는 소통 포럼에 우수 경찰관으로 초빙됐다. 학교 폭력과 청소년 선도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인 그는 “방황하던 학창 시절 손을 내밀어준 경찰관처럼 학교 밖 청소년들이 꿈을 이뤄나가게끔 돕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경찰청은 김 경위를 시작으로 매달 한 번씩 소통 포럼에 우수 경찰관을 불러 업무 노하우 등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 경위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소풍을 가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지고 불만이 쌓여 싸움과 가출을 반복했다”고 유년을 떠올렸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복싱 1위를 했을 정도로 주먹이 매서웠다. 싸워서 져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한 경찰관을 만나 마음을 다잡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열아홉 살 때였다. 경찰관은 당시 비행 청소년이던 그에게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혼을 냈다. “그래도 밥은 굶지 말라”며 자장면을 사줬다. 그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너무 고마웠고, 그때 그분이 입고 있던 제복도 멋있어 보여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어렵게 공부를 마친 뒤엔 8차례 도전해 경찰이 됐다. “서른이 넘어서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일곱 차례 면접에 낙방했습니다. 그때마다 과거 잘못이 발목을 잡는 게 아닌지 자책도 했지요.”
2015년부터 여성청소년계 업무를 맡은 김 경위는 그 후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위기에 있는 청소년들을 찾아내 선도했다. 그들을 위한 1박 2일 힐링캠프, 야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현재 김 경위가 소속돼 있는 대구 서부서 여청과 상담실은 청소년들의 공부방으로 쓰이고 있다. 그의 선도 덕에 학교 밖 청소년 100여 명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중 38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변화의 첫 단추는 ‘공부’라고 확신한다”며 “퇴직 이후엔 청소년들을 위해 야간 학교를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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