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학창 시절,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소년원 생활과 학업 중단의 아픔을 경험했던 육군21사단 통일대대 양익준 일병이 입대 후 각고의 노력과 전우들의 도움으로 염원하던 검정고시 합격을 이뤄낸 소식이 지난 16일 전해졌다.
특히 양 일병의 생활관 동기인 백민호·성기효 일병이 전우의 검정고시 합격을 돕기 위해 희망 보직을 포기하고 부대에 남아 끝까지 학습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더하고 있다.
입대 전 검정고시에 두 번 도전해 모두 고배를 마셨던 양 일병. 자대 배치 후 고등학교 졸업장을 향한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가장 친한 생활관 동기인 백 일병과 성 일병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두 동기들이 평소 희망하던 조교로 선발돼 곧 대대를 떠나야 했고, 자신 때문에 괜한 부담을 느끼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양 일병의 검정고시 지원 사실을 알게 된 백 일병과 성 일병은 간절히 바라던 조교 보직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포기하고 대대에 남아 전우를 돕기로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일과 이후 매일 2~3시간 동안 양 일병의 선생님으로서 학습을 지도했다. 양 일병도 혼자서 1시간씩 복습을 하며 두 사람의 뜨거운 전우애에 보답했다.
부대 역시 이런 용사들의 우정에 감격해 중대장실을 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각종 학습교재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4개월이 흘렀고, 양 일병은 최근 당당히 검정고시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게 됐다.
입대 당시만 해도 군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양 일병. 이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양 일병은 “백 일병과 성 일병을 만나 진정한 전우애를 쌓고, 이들의 도움으로 검정고시까지 합격하면서 마음속에 군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았다”며 “전역하면 반드시 성공한 사업가로 거듭나 두 동기들처럼 남을 위해 베풀고 봉사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백 일병과 성 일병은 “전우의 합격 통보를 받는 순간, 내 꿈을 이룬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백 일병은 “처음엔 남다른 이력을 가진 양 일병에게 호기심과 함께 거리감을 느꼈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극도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올곧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친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고, 무엇이든 내 일처럼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 일병은 ‘바라던 조교를 포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고, 또 다시 그런 상황에 놓여도 망설임 없이 전우를 택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용사들의 우정을 곁에서 지켜본 지휘관의 감회도 남다르다. 오창수 통일대대장은 “용기 있게 도전하고 또 준비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용사들이 증명했다”며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정상에 오르기까지 함께한 이들의 멋진 전우애가 군 생활은 물론 전역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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