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 5년간 40% 급증
서울 응시자 10명 중 7명이 19세 이하
서울에 사는 A양(17)은 지난해 명문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학교생활 적응이 어려웠다. 설상가상 집안 사정까지 겹치면서 성적이 뒤처지자, A양은 내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지난해 말 자퇴했다. A 양은 올해 제1회 고졸 검정고시에서 전과목 만점으로 합격했고, 2024학년도 수시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홈스쿨링을 택했던 학생들도 검정고시를 통해 정규학교 졸업 자격을 얻는다.
◆학령 인구 줄지만, 검정고시는 증가=학령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검정고시 응시는 도리어 늘고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2018년 59만명에서 2023학년도 51만명으로 8만명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검정고시 출신 응시자는 1만1121명에서 1만5488명으로 40%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학년도부터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원하는 대학을 가려는 고등학생 일부가 더 좋은 내신 성적을 받거나 수능에 집중하기 위해 검정고시로 졸업 자격을 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 서울시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 현황을 살펴봐도 2만302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1700명이 고등학교 자퇴자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2.8% 수준으로, 5년 전인 2017학년도의 1.2%보다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응시자 10명 중 7명 19세 이하=초·중·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19세 이하 청소년이었다. 서울 지역 초·중·고졸 검정고시 19세 이하 청소년 응시자 수는 2만648명으로 전체의 66%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차세빈 수도학원 교무부장은 “더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 위해 스스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의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하는 학생들도 많아지는 만큼 검정고시로 우회하는 학생들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서울시 검정고시 지원자를 연령별로 분류해보면, 초·중·고를 모두 합친 3만1295명 가운데 2540명(8.1%)이 60세 이상 지원자였다. 다만, 60세 이상 지원자, 이른바 만학도들의 비중은 학교 급수가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이 기간 만학도는 초졸 검정고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서 중학교, 고등학교 순이었다. 최근 3년 동안 초졸 검정고시에 지원한 만학도는 모두 459명으로 전체의 19.8%를 차지했다. 중졸 검정고시는 14.6%, 고졸 검정고시는 5.3% 순이었다. 검정고시 합격률이 초졸 93%, 중졸 86.3%, 고졸 83.6% 수준인데, 만학도들은 학습 부담이 가중될수록 지원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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