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전날 몸 곳곳이 뻐근했는데도 무시하고 잠든 탓인지 역시나 다음 날 아침 몸은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이럴 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몸 구석구석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건 아니다. 내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을 뿐이다.
2년 전 이 병이 있음을 처음 알게 됐다. 언젠가부터 무릎과 허리를 구부릴 때면 통증과 함께 몸이 굳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알고 보니 류마티스계 질환이라고 했다. 당시 중학생이었기에 더욱 이 병이 나에게 찾아왔다는 게 더 힘들었다. 당장 고등학생이 되면 더욱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텐데,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다 갑자기 몸이 굳어오면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에 밤새 잠을 설치기도 했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30분 동안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도 이 전과 다른 게 있다면 달라진 내 마음가짐이다. 이 시간엔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생각한다. 오늘 내가 할 일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차근히 짚어본다. 답답하기만 했던 마음도 결국 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론 이 30분을 명상과 하루를 계획하는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일과를 정리하면 그 날 해야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기까지는 아버지가 옆에 계셔주셔서 가능했다. 항상 옆에 있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우리 아버지. 아버지는 존재 자체로 나에게 큰 힘이 되는 사람이다. 특히 혼자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겐 아버지는 선생님이자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몸이 좋지 않다 보니 단체 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오랜 시간 머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진학했던 고등학교에서 자퇴한 후 지금은 혼자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이 결정 또한 가장 지지해주고 믿어준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다. 처음 스스로 공부를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던 날, 아버지는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시곤 바로 알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 더욱더 열심히 개인 공부 시간에 집중하고 있다. 날 믿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다.
혼자 공부하면서 좀 더 계획적인 삶을 살게 됐다. 학교에선 정해진 시간표가 있지만 학교 밖은 온전히 나 스스로 해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공부 외에도 체육활동도 해야 하고 몸 관리도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더욱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한 후 정해진 과목별 공부 스케줄대로 일과를 소화하는데, 가끔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오히려 더 여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 내가 내린 결정들에 책임을 지면서 내 꿈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지금 내가 놓인 상황에서 불평하지 않고 마음가짐을 바르게 가지면서 꾸준히 계획한 일들을 성실히 수행하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나의 최고의 무기다. 꿈을 위한 나의 결심들이 모여 결실을 맺는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 다시 시작하는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한다.
“오아시스가 돼 준 숨은보석찾기”
공부를 혼자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로 챙길 것들이 많아졌다. 특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학원도 다니고 있는데, 문제는 비용이었다. 초등학생 때 집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난 또 그 속에서 적응하고 아버지의 사랑으로 잘 자랐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용 문제가 생길 때면 죄송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정확하게 알고 있진 못하지만 매달 서울에 가서 치료받는 돈과 생활비. 아버지는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꿈을 위해 열심히 살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엔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사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정말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밖엔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일과 미래 내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미래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그 지점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미리 생각할 수 있고 지점까지 단기간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미래 어떤 사람이 되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됐지만 최근 자연스럽게 웹툰작가라는 꿈을 갖게 됐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지만 어렸을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표현하는 것을 즐겼다. 또 책 읽는 것이 취미인 나에게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건 웹툰작가였다.
이런 상황에서 ‘숨은보석찾기’에 참여할 기회에 찾아왔다. 처음 숨은보석찾기 장학생으로 선정됐다고 전화를 받은 날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었다. 지원서를 작성하면서도 정말 간절하게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한글, 영문 지원서를 내고 내 꿈에 대한 비전도 세밀하게 적어냈었다. 그리고 결과는 최종 선정. 그 간절함이 통한 것이다. 또 숨은보석찾기를 지원하기 위해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내가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희망을 마음속 깊이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숨은보석찾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 안의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숨은보석찾기와 함께한 시간이 꽤 흘렀다. 내 꿈을 응원하고 후원하는 숨은보석찾기를 한 시간 동안 스스로도 더욱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정말 꿈에 후원이 필요한 시기에 함께해서 그런지 숨은보석찾기를 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의 오아시스가 돼 준 ‘숨은보석찾기’는 내 꿈의 시작을 알렸다. 앞으로 이겨내야 할 일들은 더욱더 많겠지만 지금 미리 걱정하지 않고 현재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꿈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숨은보석찾기로 내 안의 가득찬 열정과 희망을 발견했다. 나의 마음에 오아시스가 돼 준 숨은보석찾기가 꿈이라는 희망의 나무를 자라나게 한 것이다. 앞으로 이 나무 하나가 정글을 이루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꿈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출처 : 충청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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