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월급 인상률 1.7%에 그쳐
최저임금과 7만원 차 밖에 안나
민간대비 82% 수준으로 떨어져
매일 민원에 시달리며 스트레스
청년 공무원들 이탈 가속화 우려
공무원노조 “37만7000원 인상”
서울의 한 구청 감사실에서 일하고 있는 3년 차 9급 공무원 A(30) 씨는 올해부터 매일같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구청 내 유명한 ‘빌런(요주의 민원인)’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사를 찾아와 괴롭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최근 내년 월급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절반 수준인 1.7%에 그쳤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각종 수당을 전부 더해도 결국 손에 쥐는 것은 올해 최저임금인 201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대기업까지 갈 것도 없고, 주변에 중견기업을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해도 월급이 턱도 없이 적다”며 “공무원도 야근하고 추가 근무하고, 업무 강도가 크게 다를 바 없는데 몇 년째 제자리인 월급을 생각하면 미래가 막막할 뿐”이라고 전했다.
공무원들의 보수 수준이 민간 대비 80% 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청년 공무원 엑소더스(탈출)’를 우려하며 ‘임금 정액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24 공무원 임금 정액 인상’을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공무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물가상승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무원 평균 임금 등을 고려해 내년 공무원 임금을 일괄적으로 월 37만7000원을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인상률 기준으로 임금을 인상할 경우 고위직과 하위직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반영됐다.
이들은 “청년공무원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면서 “청년공무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과 함께 고위직·하위직 간 양극화를 막기 위한 정액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9급 공무원(1호봉) 월급은 기본급 177만800원, 직급 보조비 17만5000원, 정액급식비 14만 원 등을 포함해 총 208만58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9620원×209시간) 201만580원과 7만 원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으며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하위직 MZ세대 공무원들의 탈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2020년 90.5%에서 2021년 87.6%, 2022년 82.3%로 최근 3년간 계속 하락 추세다.
국민의힘 소속 옥재은 서울시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용 5년 차 이하인 서울시 공무원의 의원면직률은 2019년 4.7%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8.6%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월급도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젊은 공무원들의 현주소”라며 “공무원들이 다 나가고 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출처-문화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