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가 올해부터 ‘화장실 이용 사전 신청제’를 시범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인권위는 공무원 임용을 위한 필기시험 중 응시자의 화장실 출입제한이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공무원 임용시험을 주관하는 인사처와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화장실 이용 사전 신청제’란 원서접수 시에 시험 중 화장실 이용 희망자를 미리 신청 받는 것으로, 해당 신청자들은 별도의 고사실에서 시험을 치르며, 화장실 이용 시에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소지품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화장실 이용 사전 신청제는 올해 인사혁신처 주관 경력경쟁채용시험 등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결과에 따라 확대 실시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시범실시 대상 채용시험은 추후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gosi.go.kr)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수험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생리현상은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니 만큼,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몇 개월 전에 화장실 이용을 예측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혹은 긴장하면 반드시 화장실을 이용하는 일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는 있지만, 필기시험 중에 타 응시생이 화장실 이용을 이유로 들락거리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집중력 저하를 감수해야 하는 화장실 이용 사전 신청제를 이용할 응시생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장실 이용 사전 신청제를 악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수능시험의 경우 복도감독관이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수험생의 소지품을 검사하며, 동성의 감독관이 화장실에 함께 가 이용할 칸을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처와 행자부는 수능시험과 달리 공무원시험은 정해진 시험시간이 성인 평균 소변주기보다 짧아 수능시험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화장실 이용 사전 신청제’는 인권위의 권고를 외면할 수 없고, 시험의 공정성은 유지해야 하는 인사처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공무원저널과 종로공무원학원이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험시간 중 화장실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43.6%,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56.4%를 기록하며,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근소하게 많았다.
한편, 인사처는 그동안 5·7·9급 공채 면접시험에서 복장 등에 관한 기준, 지침을 제시한 바 없었으나, 일부 지나친 정장, 미용·화장 등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평상복 등 ‘복장자율화’를 권장키로 했다. 그러나 면접시험 합격을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하는 수험생들의 인식 전환과 보수적인 공직 문화에 대한 개선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공무원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