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내면 망해”
‘중개사’ 응시자 10만명 줄어
“실전 투자에 활용 가능”
투자자산운용사 등에 몰려
회사원 정모씨(57)는 퇴근 후 독서실에서 ‘펀드매니저’ 자격증으로 알려진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을 준비한다.
정씨는 “은퇴 후 공인중개사 개업을 하려 했는데 ‘요즘 같은 때 부동산 내면 망한다’는 얘기가 많아 시험 준비를 일단 보류했다”면서 “그동안 모은 금융자산부터 잘 굴릴 수 있는 공부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민 고시’라 불리는 공인중개사 시험의 인기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시들해지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금융투자 관련 자격증 시험에는 응시자가 몰리고 있다.
15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제3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 수는 전년보다 10만명가량 줄어든 29만2993명에 그쳤다. 공인중개사 응시자 수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2021년 4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응시자 수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따라 증감을 거듭해왔다. 2010년대 초반까지 20만명대를 유지하던 응시자 수는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던 2014년 10만명대로 떨어졌다가 2017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자 30만명대로 급증했다. 반면 주식투자 열풍이 분 2020~2021년을 기점으로 투자자산운용사·금융투자분석사 등 금융투자 관련 자격증 시험 응시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1만7878명이던 투자자산운용사 응시자 수는 2021년 3만87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만9148명이 응시했다. 금융투자분석사 시험 지원자는 2019년 981명에서 지난해 1806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들 자격증 과목에는 금융상품 및 세제·투자운용 및 전략·투자분석·자본시장 관련 법규·거시경제 및 분산투자(이상 투자자산운용사), 증권분석·주식·채권·파생상품 평가·재무분석·증권법규(이상 금융투자분석사)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금융투자 관련 자격증 시험 응시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금융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업계 관계자 외 일반인들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618만명이던 개인 투자자는 2022년 12월 1424만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투자자산운용사와 금융투자분석사는 통상 상경계열 취업준비생이나 금융투자업계 현직자들이 취득하는 자격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식투자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일반 응시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주식투자 블로그를 운영하는 신모씨(35)는 실전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얻으려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연구원 출신으로 금융투자업계와 무관한 진로를 밟아왔다는 신씨는 “투자 지식을 배우려고 할 때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몰랐다”면서 “체계적으로 투자를 공부할 수 있는 방향이 없을까 해서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투자분석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진현성씨(27)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 개념, 기업 가치 이해를 위해 자격증 공부를 했다”면서 “공부한 게 꼭 투자 성과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경제신문 기사나 증권사 보고서를 읽을 때 이해가 잘되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출처-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