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전 다짐 중 하나는 ‘군 복무 중 미래를 준비하자’였다. 그래서 자기계발을 위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온통 낯선 환경에서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목표를 성취한 나 자신을 상상하며 견뎌냈다.
그러던 도중 목표 달성을 더욱 힘들게 하는 불행이 찾아왔다. 바로 코로나19 사태였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 장병의 휴가·외출을 제한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됐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고민을 통신과 간부에게 털어놨다. 그 간부는 실망하지 말라며 병영에서도 할 수 있는 다른 국가기술검정능력시험 제도를 알려줬다. 자세히 알아보니 내 보직과 관련된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고, 모든 자료와 교육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였다.
마침 대학교 전공이 내가 맡은 보직과 관련된 것이라서 군 복무 적응, 자기계발 두 가지를 다 성취할 수 있는 기회라 판단했다. 그렇게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 응시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됐다.
시험준비는 운 좋게도 나와 뜻이 맞는 선임들과 같이 하게 됐다. 일과시간에는 근무와 주특기 훈련을 하고 일과 후 개인 정비시간과 연등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공부하는 도중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서로 물어보며 답을 찾았고,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인터넷 검색을 하며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또 선임과 문제를 풀면서 틀린 부분은 ‘오답 노트’를 작성해 여러 번 복습했다.
필기시험 당일 시험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오답·암기 노트를 숙지했다. 시험장에 도착하니 무척 떨렸지만, 막상 시험지를 받자 문제를 빨리 풀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필기시험 합격이 끝이 아니었다.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정보처리산업기사 실기 문제는 실무적인 부분을 주관식으로 서술하거나 빈칸을 채우는 유형이었다. 그래서 필기시험보다는 난도가 더 높았다.
실기시험을 보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 시험이 취소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다행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어렵게 주어진 기회인 만큼 최선을 다해 실기시험에 임했고, 최종 합격해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인생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군 복무 기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취득한 자격증이었기에 뿌듯함이 몰려왔고, 군 복무 중 어떤 어려운 도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출처 :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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