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인원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실제 중개업을 영위하는 사람은 자격증 보유자 47만여명 중 약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5만여개의 자격증이 쓰이지 않는 '장롱면허'인 셈이다. 최근 중개보수 개편에 대한 논의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확대되면서 중개사 수급 조절이 본격화될지 이목이 쏠린다.
1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최근에 치러진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까지 총 46만6589명이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날 기준 개업중개사는 11만4615명으로 전체 자격증 소지자의 24.6%로 집계됐다.
이 중 개업을 하지 않고 중개사무소에 소속돼 활동하는 중개사들이 약 5000명으로 파악되는 점을 감안해도 34만7000여개의 자격증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인원은 매년 늘어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제32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원서접수 현황'을 보면 지난 17일 기준 1·2차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총 40만8492명이다. 이는 지난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극심한 취업난과 노후 대비 방안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고, 다른 시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인중개사 시험은 감정평가사, 법무사 등 상대평가로 진행되는 시험과 달리 절대평가로 일정 기준 이상의 점수만 획득하면 합격할 수 있다. 모두 객관식인 1차와 2차 시험에서 과목마다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을 넘기면 된다. 따로 합격인원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이에 중개업계에서는 시장의 포화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공인중개사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으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상대평가제 입법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10조2항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거쳐 선발 예정 인원을 공고한 경우 시험 고득점자순으로 공인중개사 합격자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이 시행령은 선택적인 사항으로 상대평가제로 완전히 전환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선발인원을 정하고 상대평가로 전환하도록 하는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당시만 해도 국토교통부는 중개사 시험 방법에 대해 변경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에 중개보수 개편을 논의하면서 적정인원 중개사 선발 방안도 함께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는 만큼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인원 제한은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중개보수 개편과 맞물려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관심이 없다가 중개보수 인하로 반발이 심한 가운데 갑자기 이 사안을 건드리는 것이 의심스럽다"며 못마땅한 의견을 비치기도 했다.
한편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와 학원가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 중개사 시험 응시생은 "갈수록 시험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상대평가 전환은 가혹하다"며 "중개사 과다배출로 인해 경쟁이 심해졌다고 탓하기 전에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 : 아시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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