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이 주택관리사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리소장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보장하지 못한 제도가 이번 사건으로 이어졌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경숙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경숙법은 지난달 28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살해당한 고(故) 이경숙 관리소장의 이름을 딴 법이다. 관리비 운영 문제를 두고 입주자 대표와 갈등을 겪은 것이 알려지면서 그의 죽음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주택관리사들을 둘러싼 사건 사고는 그동안 끊이질 않았다. 지난 5월엔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고, 그에 앞선 4월엔 경기 부천시에서 관리소장이 업무 스트레스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갑질을 넘어 제도적인 문제점에서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주택관리사제도는 정부가 공동주택 입주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현실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하고 관리소장은 집행만 하는 구조여서 책임만 덮어씌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황장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회장은 “이번 사건은 관리업무 종사자가 특정 공동주택 구성원의 요구를 거부했을 경우 어떤 결과까지 벌어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최악의 사례”라며 “전국 6만여 명의 주택관리사와 30만여 명의 관리업무 종사자들의 업무 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측은 관리소장의 독립적인 지위 확보를 위해 최소 임기제를 도입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주택 관리업무 감독을 위한 별도의 독립 부서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주택관리사는 자치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을 맺고, 위탁관리는 위탁회사를 통해 파견하는 일종의 비정규직 형태”라며 “아파트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니 최소한 이 정도의 임기는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협회는 관리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공공관리사무소장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비슷한 형태로 현재 서울시는 민간아파트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검증한 관리사무소장을 파견하는 ‘공공위탁제’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 출처: e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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