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활치료 관련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A씨(29)는 최근 단기간에 취득할 수 있는 미술치료 자격증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이벤트' '무료' 강의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15분~30분짜리 온라인 강의를 다 듣고 시험문제를 풀면 바로 다음날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었다. A씨는 "강의 내용은 프로이트, 융 등 심리학 개론 위주로 진행됐는데 정말 수박 겉핥기 식이었다"며 "개론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가 중요한데, 이것만 가지고는 내담자를 치료하는데 정말 큰 어려움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10년 경력의 미술치료사 B씨(42)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다 갑작스럽게 치료시간이 반토막났다. 미술치료 시간을 줄이려는 센터장이 부임하면서 일주일에 두 타임을 하던 치료를 "한 타임으로 줄여달라"고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B씨는 "미술치료가 아직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센터장이나 병원 상황에 따라 치료사들의 고용이 불안정하다"고 호소했다.
■국가자격증 등록된 건수 '0'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술치료는 일반적으로 조현병과 아동·청소년 발달장애, 치매 등 언어상담에 집중을 못하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특히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지난해 미술치료전공까지 신설되는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술치료와 관련한 민간자격증의 남발로 치료의 질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관리하는 미술심리 관련 민간자격증은 매년 수십개씩 늘고 있다. 그 해 등록된 미술심리 관련 자격증만 2016년 97개, 2017년 76개, 2018년 59개, 올해 7월 현재 39개에 달했다.
미술심리 자격증은 민간등록자격증으로 관리되고 있어 국가공인자격증으로 등록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미술치료사들은 해당 자격증이 국가자격증으로 등록되지 않아 관련 종사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미술치료사 C씨는 "자격증을 남발하는 업체들이 많아 미술치료협회도 굉장히 많다"며 "미술치료를 치료과정으로 봐야하는데 돈 벌이 수단으로 보다보니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자격증이 많아 접근성이 낮아질수록 전문성있는 치료사들의 처우 등이 열악해진다"고 덧붙였다.
미술치료의 중요성을 느끼고 전문적인 미술치료를 배웠다는 한 사회복지사도 "조현병 만성환자의 상태가 크게 개선돼 미술치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15명의 환자를 한 치료사가 케어하는 등 열악하다"고 전했다.
■"국가자격증화 녹록치 않아"
관련업계에서는 미술치료를 국가자격증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 미술치료업계 관계자는 "일부 단체에서 꾸준히 국가자격증화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아직 절대적인 치료사의 수 등이 적어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국가의 치료 바우처사업에 대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미술치료학회 관계자는 "현재 바우처 1회 비용이 4만원 정도인데, 치료사들이 가져가는 비용은 1만5000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다보니 빨리 자격증을 따 더 많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민간자격증 남발 문제도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출처: 파이낸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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