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비사·운항관리사 시험 관리 맡은 직원들이 ‘셀프 응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 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 직원들이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잇따라 적발돼 파면 등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철도·항공 등 교통 분야 국가 자격시험을 관장하는 이 기관 직원들이 항공정비사·운항관리사 등 자신이 담당하는 시험에 응시한 뒤 직위를 이용해 평가위원에게 청탁하거나 정해진 시험장을 벗어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24일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공단 항공안전실 항공자격처 소속 A씨는 지난 6월 초 공단이 시행한 항공정비사 시험에 응시했다. 당시 그는 항공 자격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 직원(3급)으로, 항공 정비 분야를 담당했다. 항공정비사는 항공기와 항공 장비·부품 등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전문 인력이다. 항공정비사가 되려면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반드시 따야 한다.
국토부 항공 관련 부서에서 10여 년 근무하다 2020년 5월 공단에 입사한 A씨는 경력을 인정받아 실기 시험을 면제받았다. 그는 구술시험을 치러야 했지만, 자격증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평소 친분이 있던 외부 평가위원을 시험 당일 만나 “평가 없이 합격권 점수를 달라”고 청탁했다. A씨의 부정행위는 구술 면접실을 사용한 응시자와 실제 응시자 숫자에 차이가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공단이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들통났다. 공단은 A씨를 직위 해제하고, 징계위원회를 거쳐 파면을 통보했다. 또 경찰에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를 확대한 공단은 지난 2021년 3월 같은 부서 B씨(3급)가 운항관리사 학과 시험에 응시하며 정해진 시험 절차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B씨도 국토부 공무원 출신이다. 운항관리사는 비행 계획을 작성·변경하고, 운항을 통제·감시하는 안전 업무를 담당한다. B씨는 컴퓨터 응시 방식(CBT)인 학과 시험에서 다른 응시자와 달리 휴대전화 제출 등을 하지 않고 상황실에서 근무하며 감독자 없이 자유롭게 시험을 치른 사실이 드러났다. 공단은 B씨도 직위 해제했고, 중징계할 방침이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일부 직원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후 국가 자격시험 업무를 담당한 직원은 근무 기간 내 부서 소관 자격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며 “비위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항공 부문뿐만 아니라 버스·택시·화물 등 도로 부문과 철도 분야 자격증 취득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벌였다고 밝혔지만, 보다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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