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 구용희 기자 = 공인중개사인 A씨는 2016년 1년 동안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광주 모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알선한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벌금 300만원 이상을 선고받는 경우 공인중개사 등록이 취소된다는 규정을 모르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벌금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해당 조문을 모른 채 벌금만 납부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은 것이다.
관할 관청은 A씨에 대해 공인중개사법 제38조 제1항 제3호를 근거로 공인중개사 등록을 취소했다.
공인중개사법 제10조 제1항 제11호, 제38조 제1항 제3호는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등록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유)지평 전남 순천사무소 임형태 변호사는 해당 조문이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률로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다른 필요적 등록취소 사유와 비교해 지나치게 형평을 결여했다는 것이다.
다른 필요적 취소 사유들은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을 대여하거나 영업정지 중에 업무를 하는 등의 사유들로 벌금 300만원보다는 현저히 중한 사유들인 데 비해 벌금 300만원의 경우는 그 위반 행위의 내용과 정도가 매우 다양함에도 일률적으로 벌금 액수만으로 필요적으로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형사 재판과 행정처분은 구별돼야 한다"며 "해당 조문에 따르면 형사 재판 절차에서 벌금 300만원 이상이 선고되면 필요적으로 등록을 취소하게 돼 있다. 실질적으로는 형사 재판에서 행정처분까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 재판은 법 위반 여부와 그에 따른 적절한 형을 정하는 절차다. 등록을 취소할지는 위반행위의 위법성 정도와 등록을 취소하려는 보호법익, 취소되는 경우 그로 인한 처분 당사자의 피해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취소 여부를 결정함이 적법절차에 맞는 행정이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만약 A씨가 이 같은 점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정식재판을 청구했을 것이다. 형사재판에서는 그 수익이 170만원에 불과한 점, 위반 행위가 2회인 점, 등록이 취소될 경우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300만원 이하의 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해당 조문의 경우 법 제38조 제3항에 따라 청문 절차도 생략되는 데 이는 피해 정도에 비춰 지나치게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벌금 액수를 기준으로 필요적 등록취소 사유로 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형사재판에서라도 등록취소에 관한 청문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해당 조문에는 이 같은 배려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취소 처분의 주체는 법원이 아니라 행정청이고 행정청이 권익을 제한당하는 A씨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줘야 함에도 위헌적인 법률에 의해 행정청에 대한 의견 진술의 기회가 완전히 봉쇄당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국가공무원과 비교해도 과잉입법을 통해 공인중개사를 현저히 차별하고 있다"며 "A씨의 생계를 박탈하는 중요한 침익적 처분임에도 등록 결격 사유와 등록취소 사유를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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