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와 응원으로 지지해주던 많은 사람들도 연이은 불합격 소식에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포기하라며 만류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해보리라고 수없이 주문을 걸어 얻은 결과다.”
일흔을 앞둔 나이에 4년 동안 34번의 미용사 국가기술자격시험에 도전한 끝에 당당히 자격증을 받아든 유순옥(69·경산시 사동) 씨는 그동안 쓰라린 낙방을 잊은 채 합격의 희열을 만끽했다.
경산시 압량읍(당시 압량면) 4남매의 맏딸로 태어난 유 씨는 70년대 초 여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준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중학공민학교(그 당시) 교사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여군하사관’으로 입대해 육군본부에서 3년을 근무했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현재는 모두 출가해 슬하에 7명의 손주들을 둔 행복한 할머니다.
유 씨의 미용사 자격시험 도전은 평생 문맹으로 살아오신 모친(89)이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며 수줍게 혼자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부터 시작됐다.
유 씨는 “언젠가는 남을 위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며 꿈꿔왔던 삶의 목표를 마음으로만 되뇌다가 정작 내가 어르신이 되어 버렸다”며 “어느 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글귀가 내 마음에 큰 울림이 됐다”고 했다.
미용기술이 적합할 듯해 시험을 치렀는데 필기시험 1차에 합격, 실기시험은 낙방, 또 낙방, 낙방…또다시 필기시험 합격, 실기시험 낙방, 또 낙방…나이에서 오는 두근거림과 손놀림은 실기 시험에서 매번 쓰디쓴 고배의 잔을 마시게 했다.
남동생 유송목 씨는 “어릴 때부터 우리 누님은 큰 산 같았다.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 일이 없고 끈기는 남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고 회상하고 “만류하는 모친께는 비밀로 도전하다 합격소식을 전했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유순옥 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난 아직 청춘이다”며 “시험을 치르는 동안 나이 탓에 실습모델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어렵게 배운 기술인 만큼 주위의 어려운 이웃과 어르신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며 지원해 준 자녀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출처 : 경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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