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행제로 단기간에 자격 취득
보육교사 학과제 도입 전 ‘빈틈 공략’
정부는 교사 자격체계 개편방안 논의 시작 안 해
보육교사 자격, 더 늦기 전에 취득하세요” “정책 변경 시 보육교사 자격요건이 강화돼 비용과 시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학점은행제 교육원들의 광고 문구다. 게시물에는 “보육교사 자격 취득에는 별도의 시험이 없다. 학과제가 도입되기 전 자격증을 수월하게 취득하자”는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인터넷강의 등으로 수업을 듣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위가 인정되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보육교사 자격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학점은행제로 보육교사를 준비하고 있는 주부 A씨(40)는 “육아를 하면서 비는 시간에 강의를 듣고 있다”며 “원래 자격증을 딸 계획이었는데 유보통합을 한다고 하니 지금이 적기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부가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을 공식화한 이후 학점은행제 교육원 등이 ‘유보통합 전 마지막 기회’를 내걸어 자격증 남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보통합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양성체계와 처우가 통합되면 지금보다 교사 자격 취득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이자 그 전에 자격증을 받으라는 것이다. 단기 보육교사 양성과정이 ‘보육의 질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제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추진 계획을 보면 정부는 보육교사에 ‘학과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학과제가 도입되면 2025년부터는 유치원 교사처럼 관련 대학 학과를 졸업해야 보육교사 자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보육교사는 통상적으로 3학기 동안 강의를 들으면 학점은행제에 따라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유치원 교사와 달리 관련 학과를 졸업한 뒤 별도의 국가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
학점은행제 강의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유보통합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자격증을 미리 취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업체는 “보육교사, 이제 유치원 교사와 경쟁이 시작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강의를 홍보했다.
학점은행제를 중심으로 한 보육교사 자격 남발은 그간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혔다. 학부모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교육부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는 지난달 성명에서 “자격 상향 정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교사 수급이 부족한 상황도 아닌데 자격증 남발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연내에 이런 기관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더 이상 자격 인정을 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교사 자격과 양성체계 개편방향에 대해 뚜렷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8일 기자와 통화에서 “아직은 정책을 준비하는 중이고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단계”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두 달 전 추진 계획 발표 시에도 가장 논란이 되는 자격·양성체제 개편안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에서 “다양한 논의와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졸속 추진이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사 자격을 두고 혼란이 계속되기 전에 서둘러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교원대 교수는 “유보통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쟁점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결단의 문제”라며 “쟁점들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 빠르게 정리하지 않으면 교사 자격 등 오해의 골이 깊어질 뿐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출처-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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