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연이은 등교 연기로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교육당국이 등교 일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가 등교 연기를 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지난 2월29일 대구시교육청이 먼저 각급 학교의 개학을 3월9일로 일주일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에서 이주일 단위로 개학 또는 등교가 늦춰졌다.
이 같은 연이은 등교 연기는 학교 현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지역의 초·중·고교에선 등교 연기가 발표될 때마다 학사일정을 계속 수정해왔다. 이후 개학 연기가 한두 차례에 그치지 않으면서 각 학교는 학사일정을 최종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교육계에선 특히 대입과 직결되는 고교의 경우, 등교를 시작한다 해도 이전처럼 대입을 위한 상담과 설명회 개최 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고교들은 학기 초 학부모들을 모아서 진행하는 학교교육활동 설명회, 대입설명회 실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지침이 나오진 않았지만 당분간 다중이 참여하는 행사는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 지역 한 고교 교사는 "등교 연기로 특히 고3은 불안한 상황이다. 드물지만 심리적 부담으로 검정고시를 생각하는 학부모가 상담을 요청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고3 외에도 지난해 10월 기말고사 이후 거의 7개월 동안 공백기인 고1 학생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마음도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건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대입 일정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반면 각 학교의 학사 일정은 계속 밀리고 있다.
고3 박모양(17)은 "등교 연기를 여러 번 겪다 보니 과연 진짜 등교를 할까 싶다"라며 "20일 등교한다 해도 두세 달 정도밖에 1학기가 남지 않았는데 학생부에 적을 수 있는 내용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학력평가도 계속 미뤄져 내 위치를 알 수 없으니 대입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지역 사회 감염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이다. 클럽 특성상 방문자 명단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확진자 중 무증상자가 3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황금 연휴 이후 평균 잠복기를 고려해 이번 주중에 발병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 재양성되고 있다는 점도 등교시기를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의료계에선 재양성자로부터 감염되는 경우는 없다고 보지만, 재양성자에 대한 감염 전파력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대구 지역 각급 학교의 학생·교직원 확진자 중에서도 완치되었다가 재양성 확진자가 나오는 경우가 16명이 발생했다.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입·고입에 영향을 받는 고3·중3만 등교하고, 초등학생 저학년 등의 경우 등교 수업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매번 일주일 또는 2주일 연기되면서 학사일정에 혼란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등교 추가 연기 여부를 오는 20일쯤 다시 발표하겠다고 했다.
대구교사노동조합은 최근 논평을 내고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지역 내 감염이 안정화될 때까지 학생의 등교 수업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안을 다시 수립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 출처: 영남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