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졸업자격시험을 도입해 대학 입시에서의 무의미한 경쟁을 줄여야 합니다. 적성과 관계없이 학교 서열에 목매는 현실은 취업 시장에도 반영되죠.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진정한 능력주의’ 정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6일 박은선(사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업무성과와 학벌이 비례하지 않는데도 여전히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 세태를 바꾸기 위해선 줄세우기 방식의 입시제도 등 학교 현장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선진국의 교육 사례를 예로 들었다. 유럽에서는 고교자격시험 제도가 보편적이고 상대평가 개념이 거의 없다. 또한 대학 이전의 의무교육 단계서부터 직업 교육 등 실무에 초점을 맞춰 자연스럽게 취업과 연계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독일은 ‘아비투어’ 같은 고교졸업자격시험만 통과하면 대부분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택할 수 있다. 아울러 어린 시기부터 도제식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기관과 직장의 연계도 잘 마련돼 일자리가 안정적이다. 유럽연합(EU)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독일의 실업률은 3.2%로 EU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었다.
박 변호사가 실무와 괴리된 교육 현실을 통감하는 이유는 10여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사회과 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어서다. 당시 성적 만능주의에 매몰된 학생들이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개개인의 적성을 무시한 주입식 교육 탓에 아이들은 진로를 탐색할 황금기를 흘려보냈다.
“별명이 ‘사회천재’였던 학생이 기억에 남아요. 역사나 사회 과목은 월등했는데 수학을 못 했어요. 한국에선 다른 과목을 아무리 잘 해도 주요 과목으로 평가가 갈리잖아요. 학생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결국은 특출 난 아이들이 이른바 명문대학 밖으로 밀려나 우수함을 인정받지 못하는 교육 왜곡이 일어납니다.”
박 변호사는 대학 교육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점에만 매달려 정작 사회에 진출했을 때 필요한 기술들을 배워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저서를 통해 주장하고,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가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언급했다. 지방의 9개 거점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이다. 대학 역량을 높이면서도 대학 서열화를 완화할 수 있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교육이 단번에 유럽처럼 바뀔 수 없겠지만, 유수의 국립대를 많이 양성한 뒤 교육 토양이 점진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교육 자체가 목적이 돼야 해요. 실무 교육이 보편화되면 학벌 위주의 채용 문화도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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